요코미조 세이시의 또 다른 탐정 시리즈 <신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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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유명한 '긴다이치 고스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이름은 낯설어도 ' 김전일'이라는 애니메이션은 귀에 익을 듯 하다. 그 김전일 시리즈에서 버릇처럼 말하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의 할아버지가 바로 '긴다이치 고스케'를 가리키므로. 새 번역본으로 긴다이치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다가 엉뚱하게 또 다른 탐정 '유리 린타로'와 마주해 버렸는데,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가 긴다이치라는 탐정 시리즈를 쓰기 전에 만든 인물이 '유리 린타로'라고 했다. 주로 폐쇄적인 시골마을에서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긴다이치에 비해 비교적 도시배경이 많은 쪽이 유리 린타로라니 다른 재미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컸다. <야광충>,<백랍괴>,<가면극장>,<나비 살인사건>,<수인>,<석고미인>,<악마의 집>,<은색의 무도화>,<미이라의 신부>,<미로의 3인>,<목 매다는 배> 등 제목만 훑어봐도 내용이 궁금해지는 작품들이라 '유리 린타로 시리즈'도 어서 번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특히 <나비 살인사건>이나 <은색의 무도화>,<사로잡힌 여자> 등은 2020년 드라마화 되어 영상으로도 시청할 수 있어 원작소설과 비교해보는 것도 이색적일 듯 하다.
유리 린타로 시리즈의 첫 장편 <신주로>
대학 영문학 강사 '시나 고스케'와 동양 철학을 강의하는 '오쓰코쓰 산시로'가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된 N호반의 저택. 은퇴 후 조카와 단둘이 살고 있는 전직 의사 우도의 저택으로 향하던 중 마주친 거지 노파의 예언은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되는 불길한 내용이었지만 두 사람은 우도가에 머물다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만다. 피 냄새다 나는 맡을 수 있어 당신들 주변에 이제 곧 무서운 피의 비가 내릴 거야 N호수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 거야 P37 저택주 우도의 아름다운 조카딸 유미에게 반한 고스케. 그녀가 숨기고 있던 미소년 신주로의 정체를 알아챈 뒤 우도가 살해되고 유미는 산시로와 결혼해 버린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도쿄로 돌아왔지만 고스케의 눈 앞에 신주로가 다시 나타났고 유미도 산시로도 살해당한다. 그리고 나타난 수상한 남자 유리 린타로. 신주로의 정체를 밝혀낸 탐정 린타로에 의하면 살해된 사람이 더 있으며 살해된 사람 중 살아있는 인물도 있다는데....... 사건의 진실을 안다는 건 시원할 망정 마냥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살인범으로 지목된 신주로에 대해 알게 된 이후에는 더욱더. 처음 언급되는 '세례 요한의 머리'를 닮은 구름이 복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결말을 읽고난 뒤 입으로 뱉어지는 말의 무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짧은 이야기 <공작병풍>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기묘한 이야기가 걸맞다고 소개하고 있는 <공작병풍>은 사촌의 집 안에서 보관 중인 3쪽짜리 병풍에 얽힌 이야기다. 원래는 6쪽이 완전체지만 어찌된 일인지 절반만 물려받아 간직하고 있었는데, 병풍에 그려진 얼굴과 같은 여인의 사진을 보게 된 사촌 요이치가 화자인 신고에게 조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사연인 즉, 요이치의 조상 중 마사노부라는 인물이 나가사키의 거상의 의뢰로 공작 병풍을 그리다가 그의 딸과 사랑에 빠졌지만 이루어지지 못했고 서로의 얼굴이 그려진 병풍을 반으로 나누어 간직하다 후세에 물려주게 된 것이다. 150년이 지난 후, 그들의 후손이 각각 병풍 속 얼굴로 태어나며 이어지게 되는 로맨틱한 내용이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인만큼 살인사건이 빠지지 않는다. 그 전보에는 굉장히 기묘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의안의 남자를 조심하십시오' 그것이 전부였다 p304 거짓된 정보로 인해 병풍을 차지하려한 두 남자 간의 다툼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슬픈 연애로 끝나버린 <신주로>에 비해 <공작병풍>은 해피엔딩으로 끝맺음되어 기분좋게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다.
유리 린타로 시리즈 는 긴다이치 시리즈 보다 먼저 쓰여졌다. 그래서 흐름이 살짝씩 매끄럽지 못해 읽다가 뚝뚝 끊기는듯한 느낌을 받곤 했지만 오랜만에 읽게 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번역본이라는 점에선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명석한 머리와 대조되는 비루한 외모의 캐릭터 긴다이치보다 린타로 쪽은 존재감이 살짝 희미해 다시 긴다이치 시리즈를 그리워하게 되긴 했지만. 어느 쪽이건 요코미조 세이시의 전 작품을 다 번역본으로 읽게 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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